(시사저널=유길연 시사저널e. 기자)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촉발된 거시경제 불안정 속에서도 비트코인이 예상보다 선방하면서 상승장 재개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미국 국채와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서 대체자산인 비트코인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일 수 있다는 전망이다. 더불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유동성 공급을 결정하면 가상자산 시장은 상승세를 탈 것이란 예상도 제기된다.
뉴욕 주요 주가지수는 미국이 상호관세를 발표한 직후인 4월3일부터 15일까지 크게 흔들렸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의 4월16일 종가는 2일 대비 6.1% 내렸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S&P500)은 같은 기간 7.0% 떨어졌으며,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주식시세검색
도 7.4% 하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4월2일 모든 국가에 10%의 상호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했다. 더불어 이른바 '최악 침해국'에 대해서는 10%를 초과하는 관세를 일주일 후 적용했다. 여기엔 한국 등 60개국이 포함됐다. 이 기간에 뉴욕증시는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 심화에 대한 우려로 역대급 낙폭을 기록했다. 하지만 미 정센tv
부가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 대해서는 10%를 초과하는 관세를 부과하는 안의 시행을 90일간 유예하고 기본관세 세율인 10%만 부과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자 미 증시는 다소 안정을 찾았다.



4월16일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 가격이 표시돼 있다. ⓒ시사저널아리랑K100EW 주식
박정훈


비트코인, '脫미국' 흐름 속 대체자산으로
반면 가장 위험한 자산으로 꼽히던 비트코인은 같은 기간에 시세 변동 폭이 증시만큼 크지 않았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4월16일 밤 12시 비트코인은 8만4588달러(약 1억1990만원)로 2일 밤 1인텍플러스실적발표
2시(8만5882달러) 대비 약 1.5% 하락하는 데 그쳤다.
관세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비트코인이 선방한 이유는 전통적으로 안전하다고 인정받던 자산의 가치가 흔들리면서 가상자산이 대체자산으로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 가치는 급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글로벌 채권시장의 벤치마크인 10년엠비성산 주식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4월11일 연 4.494%로, 이달 2일 종가와 비교해 0.367%포인트 뛰었다. 2001년 11월 이후 최대 주간 상승 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채권 가치는 금리와 반비례 관계다.
미 국채의 가치 하락은 예상을 벗어난 일이다. 통상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 안전자산인 미 국채로 투자금이 몰려 국채 가치가 상승한다. 또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에 채권 금리는 내려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전통적인 채권시장 공식'이 깨지기 시작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에서 자금이 대거 이탈한 결과로 본다. 관세 정책으로 인한 혼란 탓에 미국에 대한 신뢰 자체가 무너졌단 얘기다. 미국 아카데미증권의 피터 치어 거시경제전략책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우려 속에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미국 국채와 회사채 매각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트럼프 대통령의 오락가락 관세 정책이 미국의 정책 결정과 경제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를 흔들었다"고 평가했다.
투자자들의 '탈(脫)미국' 현상은 달러 가치 급락으로도 이어졌다. 4월11일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99.005까지 하락했다. 최근 3년래 최저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효과로 1월13일 110.164까지 치솟았던 달러의 강세 흐름이 꺾인 것이다.
관세로 인한 혼란은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 자산운용사 비트와이즈의 최고경영자(CEO) 헌터 호슬리는 "최근 상호관세 정책 등으로 미국 달러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졌다"며 "금은 운송 및 보관 측면에서 단점이 있다는 점에서 결국 비트코인이 유일한 투자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트코인에 주목하라"는 주장 늘어나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관세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자산인 점에 주목한다. 글로벌 물리적 공급망에 얽힌 기존 자산들과 차별성을 지니고 있기에 대체자산으로서 가치가 크다는 것이다. 미국 단일 기업 중 비트코인을 가장 많이 보유한 스트래티지의 회장 마이클 세일러는 "탈중앙성과 디지털 속성을 지닌 비트코인에는 관세가 없다"며 "비트코인은 수출입 규제와 관련 없는 순수한 디지털 자산이란 점에서 향후 글로벌 무역 긴장이 장기화할 경우 '관세 안전지대(무풍지대)'로 기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미 국채와 달러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연준이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할 가능성이 큰 점도 비트코인에 호재가 될 전망이다. 연준이 시장에 자금을 풀면 관세 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은 비트코인에 투자 수요가 몰릴 수 있단 것이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연준이 필요시 유동성 지원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이 4.5%까지 오른 상황을 두고 "시장 신뢰가 흔들리는 초기 징후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시장에서 카시카리의 발언은 연준이 인플레이션 억제 기조를 견지하면서도 금융 불안을 방지할 대응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아서 헤이즈 비트멕스 공동 설립자는 "일부 투자자가 관세 조치로 시장을 떠날 수 있지만, 관세 조치는 결국 비트코인에 호재"라며 "연준은 경제 충격에 대응해 조만간 금리 인하와 양적완화(QE) 재개에 나설 것"이라고 진단했다. 매트 호건 비트와이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비트코인이 올해 말까지 20만 달러에 도달할 것"이라며 "각국의 정책에서 자유로운 비트코인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상호관세가 발표되기 전인 지난 3월에 이미 경기 침체가 비트코인 시세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로비 미치닉 블랙록 디지털자산 글로벌 책임자는 "경기 침체는 비트코인에 큰 촉매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비트코인 가격은) 재정 지출 증가, 적자 누적, 저금리, 통화 부양책 등 요인들에 의해 촉진된다"며 "이런 요인들은 일반적으로 경기 침체 때 발생하는 특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