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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9시간 만에 뒤집혔다. 2023년 여성가족부(여가부)가 벌인 ‘비동의 강간죄 도입 검토(‘도입하겠다’가 아니고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의미임을 미리 강조해둔다) 철회 사건’이 그랬다.
2년 전 일이 최근 다시 소환됐다. 지난 19일 경향신문 보도로 당시 사건이 벌어진 뒤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이 건과 관련해 여가부 직원들을 감찰 조사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서다. 여가부는 조사를 받은 직원들에게 경고·주의 조치까지 내렸다. 여성혐오를 ‘국면 전환용 수단’ 삼아온 윤석열 정부가 성평등 정 재택부업 책을 어떻게 후퇴시켰는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라는 비판이 나온다.
1년여 준비한 정책이 9시간 만에…
상황을 복기해보자. 2023년 1월26일 오전 11시 여가부는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2023~2027)을 발표했다. ‘양성평등기본법’은 여가부 장관이 5년마다 성평등 실현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라고 규정하고 있 채우미론 다. 이날 여가부가 발표한 5년짜리 기본계획에는 ‘형법 제297조 강간 구성 요건을 ‘폭행·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개정 검토’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현행 형법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를 처벌하는데, ‘폭행·협박’이란 범죄 구성 요건을 ‘동의 여부’로 개정하는 방안, 즉 ‘비동의 강간죄’ 도입을 검토한다는 의미다.
대학생학자금대출방법 하지만 약 6시간 뒤인 오후 5시께 법무부는 “비동의 강간죄 개정 계획이 없다”는 공지를 출입기자단에 보냈다. 형법은 법무부 소관이라 여가부·법무부 공동 계획으로 포함했는데 법무부에서 다른 입장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여가부는 기본계획을 언론에 발표하기에 앞서 법무부와 사전협의한 결과를 담은 것이다. 3차 기본계획 수립에는 1년여 시간이 걸렸으며, 여가 능력없는사람 부 발표 자리에는 법무부 직원도 함께 있었다.
법무부 입장 표명 뒤에 여가부도 같은 날 저녁 7시53분 기자단에 ‘정부는 개정 계획이 없음을 알려드린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김현숙 당시 여가부 장관은 같은 해 2월8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9시간 사건’ 당일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과 전화 통화한 사실을 밝혔다. 두 장관은 검 자동차금리계산 토 입장을 철회한 이유에 대해 “(강간죄 개정에)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발표했는데 보도되는 과정에서 법 개정이 신속하게 추진되는 것으로 오해된 부분이 있어서 바로잡자는 취지”라고 입을 모았다.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들머리의 모습. 과천/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정말 ‘오해’가 문제였다면, 어째서 강간죄 개정 언급 자체가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에서 아예 사라져버린 걸까? 정부가 관련한 사회적 논의를 조율할 역할조차 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러한 의문은 모두 해소되지 않은 채, 새로운 질문이 추가됐다. 정말 오해의 문제였다면, 대통령실은 왜 해당 사건과 관련해 여가부 직원들을 감찰했을까?
한겨레가 19일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보면 2023년 1월1일부터 2025년 2월5일까지, 즉 지난 2년 동안 여가부 소속 공무원이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로부터 감찰받은 일은 이 사건 단 하나다.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을 총괄했던 김종미 전 여가부 여성정책국장(60)은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자신이 이 건과 관련해 2023년 2월6일 오후 1시부터 8시30분까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7층 사무실에서 감찰조사를 받았다고 공개했다. 김 전 국장은 한겨레에도 조사 당시 “‘(비동의 강간죄 도입을) 개인적으로 추진하려고 했냐’는 식의 질문을 여러 각도로 계속해서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 문제가 아니라, (여가부) 여성정책국장으로서 적법한 행정 절차를 거쳐서 그 안이 들어간 거라고 답했다”고 했다.
대통령실 공직기관비서관실은 감찰조사 결과 여가부에 ‘조치방안 마련’을 요청했다. 2023년 3월 말 여가부는 장관 명의로 김 전 국장에게 경고, 담당 과장에게 주의조치를 내렸다. 경고·주의 모두 공무원법상 징계는 아니지만, 근무평가 등 인사 관리에 불이익을 부여할 수 있는 처분이다. 김 전 국장의 경고장에 적힌 사유는 ‘관리·검토 소홀’ ‘중요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장·차관에게 보고했어야 했다’ ‘정책 발표 때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는 것이다. 김현숙 전 장관은 경향신문에 “대통령실 감찰과 별개로 (경고·주의 조치를)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국장은 “계획 수립 및 발표, (장·차관) 보고에 절차상 아무런 문제 없었다”는 입장이다. 김 전 국장은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여가부 장·차관은 물론 양성평등위원회 위원장인 한덕수 국무총리, 대통령실에도 보고가 이뤄졌다고 했다.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을 심의·의결하는 기구는 양성평등위원회이며,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을 포함한 각 부처 장관이 당연직 정부위원으로 포함돼 있었다.



2019년 9월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한국여성민우회와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등 전국 208개 여성인권단체가 속한 ‘강간죄’ 개정을 위한 연대회의 회원들이 강간죄 구성요건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경향신문 보도에 대해 19일 여가부는 설명자료를 내고 “(2023년) 기본계획 발표 시 언론에서 ‘비동의 강간죄 도입 검토’를 ‘비동의 강간죄 도입’으로 확대 해석해 보도된 사실이 있어 당시에 사회적 혼선을 최소화하고자 ‘비동의 강간죄 도입’은 사회적 합의 등이 필요한 사항으로 법 개정 추진계획이 없음을 명확히 알려드린 바 있다”고 했다. 이어 여가부는 “당시 여가부 직원이 경고 처분을 받은 것은 기본계획 정책 추진 과정에서 혼선을 야기한 부분들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성단체들이 모인 ‘강간죄’개정을위한연대회의는 20일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의 비동의강간죄 추진 여가부 직원 부당감찰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단언하며 여가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윤석열 정부임을 감안하더라도, 이러한 행보는 충격적”이라며 “일련의 상황은 구조적 성차별과 성폭력을 문제 삼지 말고 바꾸려 들지 말라는 입막음이자 탄압”이라고 비판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정인선 기자 ren@hani.co.kr